영화 '버드맨'과 자크 라캉, 그리고 인정욕구

사회현상 속 우리의 태도 자성케하는 영화

우리의 인정욕구 다루며 쓴웃음 짓게 하는 '블랙코미디'

말그대로 '욕구' 인정하고 받아들일 필요 있어

이규현 기자

작성 2020.07.24 14:10 수정 2020.07.25 11:06

 바야흐로 역전(逆轉)의 시대이다. 현상이 있고, 그 현상에 대한 개선의 움직임이 생긴다. 만연해진 움직임은 팽창하여, 움직임 자체가 본질을 잊은 채 남용되는 부작용이 일어난다. 그에 다시 대치하는 움직임이 양산된다. 우리 시대는 이런 변증법 안에 있다. ‘꼰대’가 생겨난 이래 머지않아 다시 ‘역꼰대’가 생겨난 게 대표적인 예다. (윗사람이 하는 조언이라면 그 형태와 방법과는 무관하게 꼰대의 행태로 몰고가는 사람을 역꼰대라고 부른다.) 그리고 또 하나의 역전이 예상된다. 바로 인정욕구의 역전이다.


 특히 SNS의 탄생과 발전을 필두로 그 누구라도 나를, 내 일상에서의 성과를 알아줬으면 하는 욕구는 괴변하여 게시글로 가공되는 네모 칸에 갇히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런 자기 왜곡과 전시를 건강하지 않고 불행한 것으로 보고 지탄하는 자기계발 콘텐츠가 이내 양산되고있다. 비단 SNS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기’, ‘온전한 자기 자신 찾기’ 같은 류의 제언이 쌓여간다. 딱 여기까지가 작금 상태의 요약. 이제 다시 역전될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역전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당초 현상이 가진 인과관계, 혹은 순기능으로의 회귀가 있다. 꼰대와 역꼰대로 다시 돌아가보자. 역꼰대로써 꼰대가 다시 역전한 이유는 나이가 많아 세상을 더 산 이에게 견문각지 (見聞覺知)의 미덕이 있다는 예의 발상으로 회귀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 1901. 4. 13~1981. 9. 9)이야말로 인정욕구의 영웅이다. 라캉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유아기에 상상계의 과정을 겪는데 이 과정은 이른바 ‘거울 단계’이다. 태어난 인간은 자신의 모습을 파편적으로만 접하다 처음 거울 앞에 섰을 때 비로소 전적인 자기 이미지와 마주한다. 그러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는 단지 신체가 거울에 반영된 것일 뿐 내면을 보여주지 못하는 대상으로, 결국 언제나 타자일 뿐이다. 그래서 인간은 거울이 주는 정체성을 사랑함과 동시에 타자로써 혐오하는데, 이것이 곧 나르시시즘과 인정욕구이다. 처음 대면할 때부터 자아란 절대적이지 않고 불확실한 모습으로, 타자를 통해서만 확인되는 자아는 타자의 인정과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정욕구의 역전도, 라캉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인정욕구는 인간이 태어나서 자연스레 가지는 본능이라는 인과관계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버드맨(Birdman, 2014) 속 인물들의 행동이 사실은 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서 라는 것을 안다면, 영화는 그야말로 본 영화의 장르인 블랙코미디로 거듭난다. 난 돈을 좇지 않아, 상업성과 대중성에 목메는 저들과는 달라. 이런 리건 톰슨의 차별적 신념은 결국 그의 옹졸함이 드러나는 시퀀스에서 힘을 잃는다. 리건 주변의 인물들도 그만큼씩하며 본격 블랙코미디로 이 영화를 끌고 간다.


 A 쟤는 뭘 저리도 인정에 목이 말랐대, 가엾어. 하고 A를 연민하는 B의 과업과 신념도, 밑바닥을 들춰보면 인정을 욕망하고 있다. 자기의 것은 고차원이라고 둘러놓은 그 포장지는, 결국 가진 인정욕구를 ‘고차원적 인정욕구’로 밖에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B는 우리 모습이다. 버드맨(Birdman, 2014) 속 인물들은 우리 모습이다. 감독은 버드맨 속 인물상들을 마냥 비웃음을 사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엉망진창 속에서 결국 다 인정욕구의 변증인데, 너도 나도 인정받으려고 살잖아, 왜 자신을 속이려들어?


 라캉으로 회귀하고, 역전해서 생각해보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 것처럼, 다 인정받자고 하는 짓이다. 그걸 모두가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으면 ‘관종’이라는 단어는 아마 출현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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