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모임] '서울'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글들

소재는 서울

입력시간 : 2019-05-17 23:10:47 , 최종수정 : 2019-08-03 15:31:53, 권호 기자



*사진출처:<unsplash.com>





[뮤즈:이노성 작가]


표준어 규정 제1항 표준어의 정의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다. 

나는 한평생을 서울에서 살았다. 정확히, 남양주 부모님 집에서 지낸 2년을 제외하면 30년 이상이 된다. 그리고 세상 모든 예술가를 위한 MUSE에서 매주 글쓰기 모임에 참석하니 제법 교양인의 자격을 갖춘 셈이려나.

강산이 세 번쯤 바뀌니 어른들 옛말이 공감되면서, 우리말과 표준어를 쓰는 문화활동의 주체성에 의구심이 들었다. 유행하는 노래 가사를 이해하기 힘들고 아이들 대화에 끼어들 수 없게 되면서 내가 뒤처진 것인지 변화의 흐름에 오류가 있는 것인지. 아재들의 흔한 푸념이려나.

스스로가 도태된 것이 아니라, 근래 대한민국의 문화적, 사상적 변화가 격동을 일으키고 있기에 누구나 혼란스러울 만한 상황이다. 이 또한 아재들의 흔한 푸념이려나.

현대 교양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그중에서도 서울에서 쓰는 말이 대한민국의 언어를 대표한다는데, 그것이 세련돼 보이지 않는다. 그저 넘치는 홍수에 휩쓸린 잡탕 문화 같다. 고유의 주체성에 대한 부재와 공허가 쓸쓸하다.

한편, 지방에 출장 가면 이러한 괴리감이 사그라들며 심리적 안정감을 찾게 된다. 사투리를 정확히 분석·이해할 수는 없지만,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혼동은 없다. 요즘 10대의 말을 정확히는 몰라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짐작해 보는 것과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사투리는 언어의 사회성에 따라 전통적인 역사가 있고, 보편타당한 수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10대의 신조어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창조된 언어로 나의 정신세계를 휘저으며 위협한다. 아무리 오래되었어도 10년이 넘지 않았다.

그렇다. 나는 요즘 유행 가요보다 트로트가 좋고, 줄임말보다 순수 우리말을 검색하기 시작했으며, 복잡하고 난무하는 서울의 문화가 아닌, 친근하고 한결같으며 정감 가는 사투리가 좋아진 이 시대의 아재가 되고 말았다.





[뮤즈:꽃샘추위 작가] 서울살이


 아침의 강남역은 순수한 지옥이다. 그런데 하필 오늘은 몸도 아프다. 이곳에선 아픈 것도 자신의 무능력인 것 같다. 서울로 취업을 갈 때만 해도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았는데 사실은 너무 초라하고 힘이 든다. 금융계 회사에 다니고 있는 그녀는 서울에 온 지 3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복잡한 지하철과 정이 없는 이웃들이 적응이 안됐지만 이제는 서울 사람이 다 돼서 무표정의 얼굴로 하루하루를 넘긴다. 그녀의 고향은 바닷가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횟집을 운영하시는 부모님은 개천에서 용 났다며 마을 사람들에게 회를 대접했었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 개천 용은 지옥에 와있는 것 같다. 
 이곳은 매일매일 치열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줄 시간도 없다. 월세는 너무 비싸고 주말엔 시체가 되어 서울 나들이를 가는 건 항상 미루게 된다. 처음에 올 때만 해도 홍대나 인사동 구경을 갔는데 이제는 비싸고 코딱지만 한 원룸에서 쉬는 게 최고라는 것을 알았다. 회사 사람들은 친절하지만 그 친절이 어디까지 진심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거리를 두게 된다. 
 그녀는 외로웠다. 하지만 너무 바빠서 그것조차 깨닫지 못했다. ‘서울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사나?’ 
 서울은 얼음궁전 같다. 눈부시게 예쁘지만 너무 차갑다.
 지하철에 앉아 조는 저 아저씨는 전날 과음을 한 것 같다. 얼굴과 눈 모두 빨갛다. 사회 초년생으로 보이는 저 여자는 눈치를 보며 화장을 하고 있다. 세련된 정장을 입고 있는 중년의 여자는 통화를 하면서 화를 억누르고 있는 것 같다. 지하철이라 큰소리를 못 내는 것 같다.
 그녀는 찬찬히 사람들을 관음 하다 반대편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저들과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핼쑥하고 피부는 푸석푸석해서 화장도 안 받았고 피곤한 게 역력해 보인다. 그리고 그 눈은 총명함이 사라진채 무기력하다.
 ‘유라 씨, 보고서 아직인가?’
 ‘유라 씨, 올 때 커피 하나만 사다 줄래요?’
 ‘유라 씨, 주임님한테 메일 보냈어요?’
 ‘유라 씨, 오늘 부장님 미팅 있으시다니까 자료 정리해서 뽑아놔요.’
그들은 쉴 새 없이 그녀를 쪼아댄다. 

 또 하루의 꽃 같은 세월이 지나고 퇴근을 한 그녀는 치맥을 시켰다. 그녀의 지칠 대로 지쳤으면서도 이제는 서울생활을 포기하지 못할 것 같다. 종합병원도 택시로 십 분이면 가고 배달음식도 널려있다. 편의점이 집 앞에 있다는 것도 그녀를 감동시킨다. 이제는 사투리를 시켜보는 사람에게 여유 있게 대응할 줄도 안다.
 그녀는 게걸스럽게 치킨을 먹고 시원한 맥주를 들이켠다. 가끔 찾아오는 이 힐링의 시간은 그녀를 다독여준다.
 그녀는 서울을 미워하면서도 사랑했다. 영혼은 부식되가지만 서울은 편리하다. 타오르게 아름다우면서도 지독하게 허영스러운 도시, 서울을 그녀는 포기할 수 없다.
 서울은 가식의 웃음을 띄고 그녀는 서울에게 애증을 보낸다. 
 서울은 플라스틱 같다. 간편하게 행복을 사고 금방 싫증 난다. 하지만 괜찮다. 또 사면 그만이니까.
 그녀는 잠이 들며 문득 어느 심상이 떠오른다.
 ‘나의 얼음궁전, 나의 플라스틱.’
 그리고 그녀는 꿈을 꾼다. 다리가 무거워 앞으로 걷지 못하고 자꾸만 주저앉는 꿈. 사람들은 저만치 먼저 가버린다. 꿈에서 그녀는 일어나고 또 일어난다.





[뮤즈:송진우 작가]


서울을 거니는 것

서울은 가장 익숙한 도시예요
동시에 낯설기도 하죠

정답지 않다는 말이에요
동시에 새롭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서울 곳곳에서 자극을 받아요. 
오래된 철도 교각 아래에서, 주인을 잃어버린 빈집 앞에서
저에게 서울은 상상의 무대예요





[뮤즈:김다빈 작가] 당신에게 서울이란?


사람은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한다.
공부도, 직장도, 내 집 마련도 사람들은 서울에서 모든 것을 이뤄야 진정한 성과라고 한다.
심지어 지방에서는 아무리 잘 나가도 우물 안 개구리라며 폄하하는 사람도, 서울에서 실패를 하면 고향으로 돌아가 새 출발을 하면 된다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각자의 목표를 위해 서울에 있는 사람이 1000만 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새 직장을 위해, 학교 공부를 위해, 투자와 사업을 위해 서울 각 지역에 자리 잡은 그들은 오늘도 성공을 위해 레이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공을 위해 우리가 바치는 것은 너무나도 많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 건강과 멀어진다.
직장의 성공을 위해 홀로 남아 가족과 멀어진다.
학업의 성공을 위해 저축과 멀어진다.
성공과 가까워 지기 위해서는 하나가 멀어지게 되어있다.
그리고 거기에 지친 사람이 하나둘씩 사라질 때 나는 아직 이 곳에 남아있다고 안도하게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남고, 떠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주변에선 말한다. 떠난 사람 신경 쓰지 말고 남아있는 네가 잘해야 한다고…

얼마 전 한 세미나에서 서울에서 크게 성공한 분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여러분 저는 성공을 위해 옷가지와 기타 하나 들고 서울에 올라와 노력해서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다른 세미나에서는 과거에 성공한 분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여러분 그때는 제가 엄청났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먹고 보니 서울은 살 만한 곳이 못되더라고요.
누군가에겐 기회의 땅으로 성공을 위해 올라오는 곳, 누군가에겐 살 만한 곳이 못 되어 은퇴를 앞두고 떠나는 곳.

당신에게 있어 서울은 어떤 동네인가요?





[뮤즈:안젤라 작가] 서울


그 회색빛 만연 한 도시. 
로봇 같은 사람들은 오늘도 각자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오늘도 걷는다. 
붉은빛 초록빛 신호등 불빛만이 우리가 멈춰야 할 때와 가야 할 때를 알려준다.
좁은 거리만큼 좁은 우리들

저녁이 되면 휘황찬란한 간판들 불빛이 켜지고 
그 사이로 노래하는 사람들 춤추는 사람들이 보인다.
얼굴 없는 도시의 사람들의 살풀이 
향기 없는 사람들의 아우성 
그리고 매연과 같은 공해와 함께 뒤 섞인  땀 내음.

밤이 되고 서울을 가로지르는 검은 한강의 물살이 거세진다.
별 하나 잘 안 보이는 밤하늘에 떠오른 달하나
위로하듯 밝혀준다.





[뮤즈:허상범 작가] 서울 동경


얼마나 높은 곳을 향했던가.

얼마나 먼 곳을 날아왔던가.

얼마나 미워했던가.

얼마나 사랑했던가.

얼마나 소중했던가.

생사를 넘나드는 도로 한가운데서

자유를 얻고 슬픔을 먹고사는 새는

하염없이 먼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뮤즈:심규락 작가] <서울의 달: 어느 천문학자의 13시간>

정말 힘들었어요, 이 펜 한번 들기가
이곳 캐나다의 구름만큼이나 먹먹한 이 마음을 잉크비로 녹여내기가
그동안 나는 천문학자가 되어 당신이 있는 서울의 달을 관찰해왔고,
내 모든 걸 바쳐온 기록은 명왕성이 되어 궤도를 잃은 채 어딘가에서 잊히고 있겠지요

그쪽의 밤은 13시간 후에 이곳의 밤이 되지만,
내일의 당신을 미리 만날 수 있어서 오늘의 난 애꿎은 밤하늘만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회사에 입고 가는 그 옷만큼이나 얄궂은 시차의 길이는 길었고, 내 그리움의 색채는 짙어졌습니다
그럴수록 노란 화면과 편지지를 망원경 삼아, 없는 힘을 눈에 준 채 하염없이 바라보며 견뎌내었지요

눈에서 멀어져, 마음도 멀어졌다는 그 메시지
단지 서울의 밤하늘이 어두워서 그렇게 느꼈을 거예요
당신이란 축을 두고, 난 이곳에서도 공전을 했거든요
난 더 멀어지지 않고 오히려 항상 같은 거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서울의 달을 보러 귀국하기에 이제 넉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두 개가 아닌 하나의 하늘 아래서,
아직도 빛을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개수를 세어달라고 다시 애원하기에 이젠 너무 늦은 건가요
정말, 정말로 늦은 건가요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애원한 내 전송 신호는 ‘가볼게’라는 우주의 진공으로 돌아왔지만,
북위 37도, 경도 127도의 그곳으로 보낼 내 편지와 선물은 실패한 발사체가 되었지만,
당신에게 맡긴 내 전 재산과 그리움은 끝내 의미 없는 수치로 남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난 정말 아직도 그립니다
당신이 내 마음에 남기고 간 그 위대한 첫 발자국을 다시 이어가 주기를

당신의 서울, 매일 내가 수십 번씩 귀국 티켓 구매 버튼을 눌렀던 이유
나의 서울, 시간이라는 성간물질이 아프게 스며있는 그곳
서울, 말 그대로 서러워 울었습니다
그래서, 그리고, 그렇게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돌아와 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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